클래식 4개국 최초의 한국인 그랜드슬래머
21세기 초, 피엘라벤 창업자 아케 노르딘은 스웨덴 산의 숨막히는 풍경에 매료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다른 사람들도 그곳을 탐험하고 더 나아가 며칠에 걸쳐 산 속을 트레킹하며 같은 전율을 느껴보길 바랬죠. 이것은 피엘라벤 클래식의 시초였습니다.
피엘라벤 클래식이 처음 개최되었던 2005년 당시, 피엘라벤은 오늘날처럼 글로벌 기업이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피엘라벤 클래식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의 의도는 보다 더 많은 스웨덴인들이 스웨덴의 자연을 누려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죠. 그는 스웨덴 북극권에 위치한 전설적인 440km의 야생, 일명 ‘왕의 길’이라 불리는 곳으로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 ‘피엘라벤 클래식’이라는 이벤트를 개최하기 시작했습니다. 식량과 교통, 안전에 대한 책임을 맡아 대중이 자연에 쉬이 접근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죠. 그리하여 첫 피엘라벤 클래식에는 152명의 사람들이 참여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 전세계에서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피엘라벤 클래식을 위해 스웨덴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제 피엘라벤 클래식은 전 세계 네 개의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8년 올해, 네 개의 피엘라벤 클래식을 전부 완주하여 한국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인물이 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자 두 아들의 아버지, 바로 신석승씨입니다. 그는 2016년 피엘라벤 클래식 스웨덴을 시작으로 2017년에 덴마크와 홍콩, 그리고 올해 미국을 완주하였습니다.
“2014년 10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습니다. 그 후로 트레킹에 대한 관심이 마음 속에 피어났죠. 그러던 중 <걸어서 세계 속으로> ‘쿵스레덴을 걷다’편을 우연히 보고 피엘라벤 클래식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피엘라벤 클래식 스웨덴 참가티켓을 끊고 같은 해에 폭스트레킹 송호에도 참가하였습니다. 트레킹을 통해 피엘라벤과의 인연이 시작된 셈이죠.”
쿵스레덴의 2016년은 비가 몹시 많이 왔던 해였다고 합니다. 신석승씨는 첫 피엘라벤 클래식에 참가했던 그 해를 이렇게 기억합니다.
“8월 한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눈이 내렸습니다. 매일 비와 바람으로 하루를 시작해야 했죠. 분명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식량 무게가 줄어가야 할 텐데도 짐이 젖어 무게가 줄지 않았습니다. 너덜길과 진흙길이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곧 평생 처음 보는 아름다운 광경에 넋을 잃었습니다.”
쏟아지는 비와 너덜길, 그리고 진흙길을 걸으며 때로는 앞사람의 발만 보고 걷는 고행 같은 길도 이어졌지만, 그는 그 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과 밥을 같이 먹는 식구가 되었죠. 텐트를 칠 때는 본인들도 힘들지만 너도 나도 먼저 도와주곤 했어요. 그리고는 낙오하는 사람 없이 아비스코에 모두 같은 시간에 도착했을 때에는 정말 감격적이었습니다. 잊지 못할 4박 5일이었죠. 지금은 그들과 거북이 원정대라는 동우회를 결성해서 정기모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그때의 동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힘든 기억과 풍경, 정수를 전혀 하지 않고 먹어도 되었던 깨끗하고 맑은 물 맛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피엘라벤 크루들도 고생스러울텐데 너무도 밝은 모습으로 반겨주던 그 모습조차 생생해요.”
그때의 추억이 신석승씨를 또 다른 피엘라벤 클래식으로 이끌었던 것일까요? 스웨덴에서 첫 클래식을 경험한 그는 이후 2년에 걸쳐 한국 최초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됩니다.
“아마 첫 경험이 너무 감명 깊어 피엘라벤 클래식을 전부 완주해보자라고 마음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 마침 홍콩과 미국에서 첫 클래식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어쩌면 최초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도 있겠다 싶었죠. 서로 다른 3개의 대륙 4개의 나라에서 각각 다른 풍경을 느껴보고 싶었고 다른 문화권의 트레커들을 만나보고 싶었던 점도 컸습니다. 그리고 과연 4개의 클래식이 전부 너무나도 다른 풍경과 음식, 사람, 기후, 고도, 거리를 가지고 있어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함께 걸어준 이름 모를 친구들, 그리고 한국 친구들과 잊지 못할 시간을 보냈죠. 미국에서 마지막 로키산을 내려오는데 기쁨이 넘쳐났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모두들 자기 일인 양 기뻐해주고 하이파이브를 했죠.”
그는 이미 4개의 클래식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지만, 앞으로도 여전히 클래식에 참가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단,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일 예정이죠.
“내년에는 와이프와 11살, 9살 아들들과 함께 클래식 덴마크에 참가할 생각입니다. 이미 코펜하겐행 티켓도 끊어두었죠. 앞으로의 클래식은 가족들과 함께하는 어드벤처가 될 것입니다. 혼자 걸으며 트레일 위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것도 재미있지만 가족과 함께 완주하는 기쁨을 누려보려고 합니다. 혼자보다 힘들고 긴 여정일지도 모르지만, 제게는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입니다.”
피엘라벤 클래식을 통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하였다는 신석승씨. 클래식은 그에게 새로운 경험으로 그의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윤활유가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앞으로의 새로운 어드벤처 버킷리스트요?”
그는 망설임 없이 대답합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피엘라벤 폴라죠. 개썰매를 타고 오로라를 바라보며 비박하는 것이 저의 1번 버킷리스트입니다.”